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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the Elasticity of the Inner Exclamation to the Elasticity of the Mind


— The Artistic World of Seivin —

Lee Jae Geol | Art Criticism

“Force is not an action but a presence.”

— Gilles Deleuze, The Fold: Leibniz and the Baroque (1988)​​

The complexity of the relationships between mind and matter, self and other, the visible and the invisible, time and movement, consciousness and the unconscious, adds to the mystery exuded by what might be called “truth.” Truth is precariously built atop enormous complexity, and artists who pursue it respond to the world through struggle, wavering between despair and innovation. Thus, a true work of art is not merely an object thrown into the world—it is born and judged within the context of knowledge and truth. An artist names truth in their own way and reveals its nature, sublimating the fear of experiencing the world into a kind of spiritual nourishment for a better future. The art of Seivin (Korean name: Sungmin Jang) emerges within this very context and hope.

Seivin, a relatively unfamiliar name in the Korean art scene, is an artist based in the United States. He devotes himself to his practice whenever not occupied with other responsibilities, but he does not strive for major success or fame as an artist. In a calm tone, he simply says he “just” creates. Yet, the volume of works produced under this seemingly casual attitude surpasses that of many full-time artists.

Seivin's work originates from intense unconscious impulses rooted within. He has long held a compulsive habit of wrapping objects around him with rubber bands. Perhaps no different from biting one's nails under tension, Seivin confesses that he never imagined such a habit would become an act of art. From cups on his desk to crucifixes on shelves, from soft cushions to the very chairs he sat on—many objects touched by his hands and eyes became victims of this compulsion. Whether it was an attempt to destroy the “objectness” of objects or merely a way to ease the boredom of mind and hands remains unclear, but it is certain that this behavior stemmed from an awareness and materialization of inner impulses. And despite the ambiguity of its rationale, his actions reveal a concrete “world.”

As Deleuze stated, “The soul and the body (matter) each express the same single thing—the ‘world’—in their own way, according to their own laws.” In this sense, the singular world is expressed both by the soul that realizes it and the body (matter) that materializes it. As the number of objects wrapped in colorful rubber bands grew and Seivin’s awareness began to sharpen, he began to contemplate these objects as a singular world—imbued with formal uniqueness and profound content. The soul and the body, once in opposition, were reconfigured into a complementary relationship for the sake of this one world. A moment where unconscious actions became a language of the unconscious; where everyday objects transformed into aesthetic forms of structure and depth; and where the human Seivin with his strange habits was reborn as the artist Seivin. For him, the “unknown compulsive repetition” may now feel like a noble task of existence—accompanied by a new obsession: that the truth of existence must be expressed.

One of the most striking impressions I had in honest conversations with the artist was how his life was filled with unfamiliar events and endless encounters. The U.S., where he moved during adolescence; people with different languages and thoughts; the strange obligation to stand firm in a place filled with otherness; the foreignness he felt even toward memories of his birthplace; the still-unfamiliar profession of dentistry; and the unique impulse to “desire” art despite having no formal art education—all of these stories contained a tattoo-like fear of unfamiliarity that seemed especially persistent compared to others who had simply left their homelands. It is perhaps no surprise then that the unbearable question of “me as the other” penetrates Seivin’s life and art. His work is always steeped in an ontological tension that seeks the position of the subject. Of course, his conscious, real-life circumstances are relatively stable due to persistent effort. The issue lies in the vast “background of the mind” that is the unconscious.

The unconscious rarely speaks clearly to the conscious mind. But just as we can feel pain even without knowing what caused it, the magnitude of the force that the unconscious delivers to consciousness is unmistakably perceptible. Seivin raises questions about the presence of this force and allows his transformed objects to speak. By destroying the familiar properties of objects and leaving only the force inflicted upon them—in effect, turning a crucifix into “not-a-crucifix,” a frame into “not-a-frame,” a bottle into “not-a-bottle”—he redefines the relationship between himself and the object, and by extension, between himself and the world. His noisy, unknowable unconscious has now been given structure and coordinates, allowing it to await the conscious mind’s response.

Works he focused on in the early to mid-2010s—such as drawings repeating eyeballs infinitely, or “painting-actions” where a drill soaked in paint pierces a canvas, leaving circular traces—align with the motivations of his recent works. The tangled mental residues seen in Eye on Eye (2012) and New Era (2015) resonate with his later actions of segmenting, connecting, and interweaving object parts with hundreds of rubber bands. What’s important here is that these abrupt transformations of objecthood—or appearances of indeterminacy—do not stem from a process of self-negation, but from one of self-affirmation that seeks the essence latent within phenomena: a pure memory of the self and the world. For the artist, this practice of “self-affirmation” laid the foundation for metaphor through form, upon which the attitudes and characteristics of the soul could be visualized through sculpture and art.

Now, the vague sense of inner lack and other negative elements lurking within the artist have been summoned into visible form and color before our eyes. The reason we must pay attention to Seivin—who is progressing from the elasticity of inner exclamation to the elasticity of the mind—is now clear. We may expect that, in the future, his outcry will evolve not into isolated individual expressions but into intense aesthetic events, releasing not the purity of assertion but the purity of feeling.

Summer 2019, Seoul

 

Lee Jae Geol

내면의 탄성(exclamation)에서 정신의 탄성(elasticity)으로

 

- Seivin의 예술 세계 –

 

 

 

이 재 걸 | 미술비평

 

 

“힘은 현존(現存)이지 작용이 아니다.”

질 들뢰즈(Gilles Deleuze), 

 

『주름, 라이프니츠와 바로크(Le Pli, Leibniz et le Baroque, 1988)』

 

정신과 물질, 자아와 타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시간과 운동, 의식과 무의식 등이 맺고 있는 관계의 복잡성은‘진실’이라고 여겨질 만한 것이 내뿜는 신비로움을 더한다. 진실은 거대한 복잡성에 위에 위태롭게 지어졌으며, 그것을 추적하는 예술가들은 좌절과 혁신 사이를 오가며 힘겹게 세계에 반응한다. 

 

그래서 진정한 예술 작품은 세계에 던져진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라 지식은 물론 진실과의 관련 속에서 탄생하고 판단되는 것이다. 예술가는 진실에 나름의 이름을 부여하고 그것의 성질을 드러내면서 세계를 경험하는 인간의 두려움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정신적 자양분(滋養分)으로 승화한다. 작가 세이빈(Seivin, 한국명: 장성민)의 예술도 바로 이러한 맥락과 희망 안에서 등장한다. 

 

한국 미술계에 다소 생소한 세이빈은 미국에 거주하는 작가이다. 일이 없을 때는 늘 작업에 매진하지만, 그렇다고 예술가로서 큰 성공을 꾀한다거나 명성을 쌓으려 노력하지도 않는다. 그는 덤덤한 어투로 ‘그냥’ 작업을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그냥의 의도’에 의해 세상에 나온 작품들은 웬만한 전업 작가의 작업량을 일찌감치 초과한다.   

 

세이빈의 작업은 작가의 내면으로부터 나온 강렬한 무의식적 충동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오래전부터 손에 닿는 물건을 고무줄로 칭칭 옭아매는 강박적인 습관을 지니고 있었다. 아마 긴장 상태에서 손톱을 물어뜯는 행동과 별반 다르지 않았으리라. 세이빈 자신도 이 강박적 습관이 예술 행위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애초에 전혀 없었다고 털어놓는다. 책상에 놓인 컵이나 선반 위의 십자가상은 물론 푹신한 쿠션과 앉아 있던 의자까지, 그의 손과 눈에 닿은 많은 물건은 습관의 희생양이었다. ‘사물의 사물다움’을 파괴하려는 의도였는지, 아니면 단순히 정신과 손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는지, 그 시작은 분명치 않았으나 세이빈의 이와 같은 행위는 내면의 충동을 자각하고 실재화하는 과정 중에 나타난 것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의 행위는 해명의 불확실성을 무릅쓰고 어떤 하나의 ‘세계’를 실체로 드러낸다. 

 

“영혼과 신체(물질)는 각각이 자신의 방식 또는 자신의 고유한 법칙에 따라, 단 하나의 같은 것, <세계>를 표현한다.”라는 들뢰즈(Gilles Deleuze)의 말처럼, 단 하나로서의 세계는 한편으로 이것을 현실화하는 영혼들에 의해 표현되고, 한편으로 이것을 실재화하는 신체(물질)들에 의해 표현된다. 형형색색의 고무줄로 둘러싼 오브제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의식의 선명함이 이것들을 감지하기 시작하면서 세이빈은 이 오브제들을 비로소 형식의 특별함과 내용의 깊이를 갖춘 하나의 <세계>로 관조(觀照)하기 시작했다. 영혼과 신체가 하나의<세계>를 위해서 상반적(相反的) 관계에서 상보적(相補的) 관계로 새롭게 개편된 것이다. 무의식적 행위가 무의식의 언어로, 일상의 물건들이 형식의 특별함과 내용의 깊이를 갖춘 미적 대상으로, 기이한 습관을 지닌 인간 세이빈이 작가 세이빈으로 거듭난 순간이기도 했다. 작가 세이빈은 ‘알 수 없는 강박적 반복 행위’를 존재의 숭고한 과제처럼 느낄 것이다. 존재의 진실은 반드시 표현되어야 한다는 새로운 강박증을 덤으로 껴안은 채 말이다.

 

필자가 작가와 진솔한 대화를 하면서 인상 깊었던 점 중 하나는 그의 삶이 생경한 사건들과 끝없는 만남이라는 것이었다. 청소년기에 건너간 미국이라는 나라, 다른 언어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 다름으로 충만한 곳에 올곧이 서 있어야 하는 묘한 의무감, 태어나 자란 곳에서의 기억마저 이국적으로 느끼는 어색한 자신,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치과의사라는 직업, 그리고 미술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비전공자로서 예술을 ‘탐하는’ 특별한 충동까지..., 그가 들려준 이야기 속에는 단순히 고국을 떠나 온 사람들과 유독 차별되는 ‘낯섦’의 두려움이 지워지지 않는 문신처럼 새겨져 있었다. 그래서인지 견디기 힘든 ‘타자로서의 나’라는 문제는 세이빈의 삶과 예술을 관통한다. 그의 작품에는 주체의 위치를 쫓는 존재론적 긴장이 언제나 진하게 배어 있다. 물론 그의 현실적·의식적 삶은 부단한 노력으로 인해 비교적 안정되어 있다. 문제는 무의식이라는 거대한‘정신의 배후’이다. 

 

무의식이 의식에 전하는 말은 좀처럼 알아채기 힘들다. 하지만, 무엇에 맞아 아픈지는 몰라도 그 고통 자체는 잘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무의식이 의식에 전하는 힘의 크기는 명료하게 감지할 수 있다. 세이빈은 바로 이 힘의 현존에 의문을 품고 자신이 변형한 오브제들로 하여금 말을 하게 한다. 오브제의 익숙한 성질을 파괴하고 오브제에 가해진 힘만을 고스란히 남기는 방식으로, 말하자면 십자가가 아닌 십자가로, 액자가 아닌 액자로, 물병이 아닌 물병으로 만들면서, ‘나’와 대상과의 관계를, 나아가 ‘나’와 <세계>와의 관계를 새롭게 상정한다. 알 수 없는 힘으로 늘 시끄러웠던 그의 무의식도 조직화되고 좌표를 가짐으로써 의식의 대처(對處)를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그가 2010년대 초·중반에 주력했던 작품들, 예컨대 눈동자를 무한 반복하는 드로잉이나 물감을 묻힌 드릴로 캔버스를 뚫어 회전의 흔적을 남기는 ‘페인팅-액션’도 최근

작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Eye on eye>(2012)와 <New era>(2015)에서 보이는 수없이 얽히고설킨 정신의 부산물들은 그가 수백 개의 고무줄로 대상의 부분 부분을 구획하고, 연결하고, 교차시킨 행위와 동기적 측면에서 맥이 상통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작가가 발동한 이 모든 급작스러운 대상성의 전환(혹은 불확정성의 등장)은 ‘자기 부정’의 과정이 아니라 자신과 세계의 순수한 기억, 즉 현상 내부에 잠재된 것의 본질을 캐묻는 ‘자기 긍정’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작가에게‘자기 긍정’의 실천은 형상으로부터 은유(metaphor)의 조건을 기초하고, 그 기초 위에 영혼의 태도와 특성을 가시화하는 조형 예술이었던 것이다. 

 

이제 작가 내면에 도사리고 있던 막연한 결핍의 정서나 여타 부정적 요소들은 형태와 색채를 갖추고 우리의 눈앞에 소환되었다. 내면의 탄성(exclamation)에서 정신의 탄성(elasticity)으로 강렬한 행보를 이어나가는 세이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분명해졌다. 앞으로 그의 외침이, 더욱 완숙한 사유의 전개 안에서, 흥미로운 개별성으로 수렴하기보다는 강렬한 미학적 사건이 되고, 주장(assertion)의 순수함보다는 느낌(feeling)의 순수함을 방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19년 여름, 서울에서 

 

이 재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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